최적의 방법을 위한 계획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명명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에서 상품이 적절한 가격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격이 최적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가져온다면 가격이 최적인지 아닌지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주체적으로 최적의 해답을 구하기 위한 기술인 논리 사고가 강세인 오늘날에는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되어 가는 형편대로 결정하자'는 태도가 '포기'로 비칠지도 모른다. (...) 하지만 모든 최적의 정답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지적 오만이 아닐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213~214p
이렇듯 저자는 최적의 해답을 최적의 접근법으로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휴리스틱(엄밀한 분석보다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직관적으로 판단, 선택하는 의사 결정 방식)으로 추구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합니다.
또 최적을 위한 방법은 우리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우연이 고효율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생각지 못한 결론, 그렇기에 합리적인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계획적으로만 이끌어가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우연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계에서의 적응 능력 차이는 계획과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우연에 의해 생겨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조직이나 사회 운영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더 좋은 것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오만한 사고를 수정해 자신의 의도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우연'을 만들어 내는 체계를 이루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220p
자유로운 업무 방식이 가져올 미래
저는 묶여있는 직장 생활보다는 프리랜서로 진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 있지만 그 이야기는 미루고 이렇게 자유로운 업무 방식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아노미적 자살'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아노미적 자살이란 집단과 사회의 규범이 느슨해져 더 많은 자유를 얻은 결과, 부풀어 가는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다가 끝내 실현되지 않는 데에 환멸을 느끼고 허무감에 빠져 일으키는 자살이라고 합니다.
뒤르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요컨대 '사회의 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져도 개인이 반드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꼭 사회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점이다. 국가가 아노미 상황에 빠지면 각 개인은 조직이나 가정에 대한 연대감을 잃고 고독감에 허덕이며 사회를 표류하게 된다. 포스트 업무 방식 개혁의 그림치고는 어딘가 쓸쓸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223p
제가 추구하는 업무 방식이 사회에 이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무연대의 사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자율적으로 소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도망쳐라
저는 도망치는 것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고 추한 행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라서 많은 곳에 밑줄을 쳤습니다. 그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파라노이아형 인간은 고정적인 아이덴티티에 속박됩니다. 인생에서 나타나는 우발적인 기회나 변화들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과거에서부터 축적해 온 아이덴티티와 부합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반대로 스키조프레니아형인간은 고정적인 아이덴티티에 속박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과거 이미지와의 정합성은 신경 쓰지 않고 그때의 직감에 따라서 우발적 기회들을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재빨리 도망치는 일이다. 시선을 응시하고 귀를 기울여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라.
주위에서 아직 괜찮다고 안심시키더라도 스스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도망쳐라. 이때 중요한 것은 위험하다고 느끼는 안테나의 감도와, 도망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사람들은 으레 착각하곤 하는데,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가 있기에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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