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문, 이과를 선택할 때 친구들끼리 문과는 취업이 안되니까 이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문학은 필요 없는 학문일까요? 우리 모두가 공학도가 되면 이 세상은 더욱 발전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4차 산업혁명의 전망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스마트공장, 3D 프린팅, 무인운송수단, 인공지능이 나왔고 이에 따라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산업혁명이라기보다는 인류 문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재와 과거는 매우 달라졌습니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증이 듭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회 불균형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회적 계층이 파괴되어 중산층이 붕괴되고 이러한 상업기술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특정 계층에게만 부를 가져다주어 자본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기계는 또 어떨까요? 기계가 인간의 능력보다 더 훌륭할 것으로 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알파고, 즉 로봇이 인간에게서 승리한 시합입니다. 이 결과가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확증해주지는 않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계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에 따라 없어지는 것들이 있지만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해 냅니다. 그중 제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간과 기계를 결합해서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포스트휴먼이 출현할 것으로 보는 관점이었습니다. 미국의 컴퓨터 이론가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에서 2030년 전후 지능적 측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러한 특이점 이후 인간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인간은 신이 되려고 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디지털화를 통해 영생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먼 미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인문학적 사유는 왜 필요할까요? 인문학이 기술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우리를 뛰어넘고 우리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인간의 존엄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기술 말고도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율성, 도덕, 사고능력, 미적 감각, 감정 등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들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결국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우리를 잡아먹으려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존재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낼 줄 알아야 합니다.
노동 없는 미래
노동 없는 미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인정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커리어적 측면에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 욕구를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 없는 미래 -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온다>의 저자 텀 던럽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노동 없는 미래가 과연 인간에게 절망적인 상황인지, 인간이 담당하고 있는 일을 로봇이 빼앗아 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책의 262페이지에 "일을 하는 것이 여전히 정상적이고 윤리적인 걸로 여겨지는 미래는 우리 자신이 불가피하게 기계의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미래이다. 우리가 결국 기계와 비교되어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기계 수준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기계와 경쟁하려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관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생각의 결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찰해보고 해결하기 위해서 인문학은 당연하게 앞으로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려면 공학을 공부하는 것을 물론 인문학도 같이 겸해야 합니다. 예전에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새로운 정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스마트폰만 있어도 번역, 검색 등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학벌주의 사회의 문제를 떠나 대학이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비슷한 집단에서 함께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토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가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추가로 적어보았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이 더 생각해보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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